사회복지 스토리텔러 조형준이 만난 사람들/Season 11~15(101회~150회)

[사회복지 스토리텔러 조형준이 만난 사람들] 147. 백윤미

SocialWelfare StoryTeller 조형준 2019. 9. 9.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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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장님을 알게되어 하나님께 감사하다'

정신장애인들과 격식없이 어울리는 모습을 보고 든 생각이었습니다.


이 인터뷰가 정신장애인에 대한 우리네 인식을 바꾸는 단초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회복지 100인의 인터뷰> 147번째 주인공 '백윤미(서울정신요양원)'씨입니다.



[백설공주와 300명의 가족들]


현재 사회복지법인 <성람재단> 산하 서울정신요양원 시설장을 맡고 있습니다.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에서 만성정신장애인 약 260여분과 함께 살고 있고요. 직원들까지 합치면 300명이 넘는, 꽤 큰 규모의 시설이지요.

 

전부터 인터뷰에서 다루는 다양한 현장의 이야기를 보며 '거주시설의 이야기도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만성정신장애인의 이야기를 일반인은 들을 기회가 별로 없잖아요? 정신요양시설에 대해 제대로 알리고픈 마음도 커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서울정신요양원은 조현병과 우울증, 정동장애 등 정신건강에 어려움을 겪는 만성정신장애인이 주 입소대상자입니다. 발병한지 짧게는 10년부터 길게는 30년 이상 되신 분들이 많으시고요. 


20대부터 90대까지, 다양한 남녀노소의 '가족'들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정신재활시설처럼 사회복귀를 위한 훈련을 하기에는 기능이 많이 떨어지기에 정신요양시설의 운영방향은 사회로의 복귀가 아닌 편안하게 마음 챙기며 살기입니다.

 

그러고보니 정신요양시설에서 보내는 우리 가족들의 일상, 궁금하시죠?



[오전 8시]식사 및 투약을 합니다. 그 후부터는 자유롭게 목욕도 하고요


[오전 10시]느긋하게 앞마당에 나가 클래식 들으며 커피 한잔! 햇볕을 쬐며 식구들과 수다를 좀 떨다보면 벌써 점심식사시간이네요?

 

[오후]집단 프로그램들이 주로 진행됩니다(간식시간 포함해서요).


- 신체 및 정서활동 

- 생활에 필요한 기본훈련 및 교육

- 초청공연 및 명절행사, 매일예배 

- 자율외출(직원과 함께 나가는 목요산책 / 쇼핑 등) 

- 직업재활 

- 외래진료(촉탁의 상담 등) 

- 가족들끼리 운영하는 각종 자조모임 


요즘 유행하는 잉여롭다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하루죠? 아무것도 안하고 싶은 분들은 방에서 조용히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기도 합니다. 그것 또한 본인의 선택이니까요. 그리고 5시에 저녁식사 및 투약 후 각자 방으로 이동하여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여기서 퀴즈, 그럼 취침시간은 몇 시일까요? 정답은 '저녁 8시'입니다


어떻게 일찍 잠들 수 있나 궁금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합니다. 번잡한 세상사, 고민과 할 일이 끊이지 않는 현대인들이 가장 하고 싶어 하는 것이 '아무것도 안하고 멍~때리기'라 잖아요


무언가 대단한일을 이루어내는 삶은 아닙니다. 소소하고 규칙적인 일상 속 나름의 <소.확.행>을 누리는 서울정신요양원 식구들의 모습을 보면 이 문구가 떠오릅니다.


"화려한 장미 같지는 않아도 잔잔한 들꽃 같구나

 

 

[본인이 생각하는 사회복지(Social Welfare)란?]

* 해당 부분은 본 프로젝트의 핵심이기에 최대한 편집을 절제하고 원본에 충실함을 알려드립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서울정신요양원 가족들의 삶은 아주 잉여롭습니다


움직이던 또 움직이지 않던 본인이 원하는 무언가를 소소하게라도 하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해드리는 것, 그것이 정신요양시설의 운영목적이니까요.


 

서울정신요양원에 거주하는 어르신들은 살면서 감당할 수 없는 아픔을 하나씩은 지니고 계십니다. 그 아픔은 할퀴고 간 상처로 변하여 마음의 병을 앓고 있고요. 남에게는 차마 말할 수 없는 큰 고통으로 남아있기에 잊어버리지 않고서는 도저히 살수가 없는 나머지 '조현병'이라는 자신만의 마음의 집으로 들어가신 분들이시거든요.

 

이분들의 특성을 잘 알아야 진정한 사회복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로부터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은 분들을 다시 사회로 복귀시키겠다며 온갖 훈련을 하고 세상 한가운데 등 떠밀 듯 밀어 넣는다면, 과연 그분들이 행복해할까요



일반인의 관점에서 이것이 사회복지다’라고 규정하여 지원하는 사회서비스, 이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다가올까요? 제가 당사자의 입장이라면 절벽위에서 제 등을 떠밀려고 다가오는 사람을 마주하는 심정일겁니다.


팔다리가 없음에도 명강사로 명성을 떨친 <닉 부이치치>, 그처럼 장애를 가진 사람이 꼭 장애를 극복하고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워너비(Wannabe)가 되어야만 할까요. 장애를 가지고서도 주어진 본연의 삶의 모양을 받아들이며 그냥 소소하게 살면 안되요?



저는 그래요. 무슨 사업을 얼마나 거창하게 할 것이냐에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서울정신요양원에 거주 중인 우리가족보다도 '운영'이라는 소프트웨어가 우위에 있다는 것과 마찬가지니까요.


'주어진 삶 속에서 어떻게 하루를 보내고 싶은 지에 대해 귀를 기울이는 것'그게 진정한 복지감수성이라 생각합니다. 남의 인생을 억지로 본떠 그린 삶을 사는 게 아니라고요.

 

아플 땐 누구나 이불 속으로 들어가 자고 싶어지지요. 잠자는 시간은 하나님이 다친 우리의 마음을 만져주시고 끌어안아주시는 시간이라고 합니다


만성정신장애인들의 삶도 그러해요. 그들은 일반인보다 훨씬 느린 걸음, 다른 프레임, 혼자 쉬고싶어하는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굳이 뜯어내 개조하려 하지말고 있는 그대로 끌어 안아주는건 어떨까요?

 


[인터뷰를 보는 독자들에게 한 마디]



뉴스만 틀면 나오는 정신장애인 이야기. 정신장애인에 대한 온갖 소식을 원치않아도 접하게되지요. 정신장애인을 사회가 보호해야할 '약자'로 바라보는게 아닌 범죄자로 오인하게끔 프레임이 씌워진 뉴스들을 보면 안타까움이 많이 듭니다.  

 

급성기 정신과 환자들은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갑작스러운 발병으로 스스로 혼란을 겪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약물치료나 지원 등이 제때 이루어지지 않으면 공격성이나 양성증상(환각, 망상 등)은 더욱 심해지고요


그러나 적합한 약물치료와 지원이 제때에 이루어만 진다면 뉴스에서 나오는 것처럼 공격적이거나 사람을 해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일반인보다 온순하고 순수하신 분들이죠. 마음이 너무 여리고 착해 스스로 마음의 동굴로 들어가버리신 분들이 이분들입니다



가끔 계절의 영향을 받거나 그간 삶의 경험이 떠오를 경우 그것이 증상을 일으키는 트리거(trigger)역할로 작용하긴 합니다. 하지만 무턱대고 모든 정신장애인들이 (故)임세원 교수사건이나 진주방화살인사건처럼 엄청난 일을 저지르지 않습니다.

 

정책을 제안하는 소위 '전문가'들이 오늘날의 현장을 너무 모르기에 현실과 동떨어진 뉴스 및 입법이 나오는 거겠지요. 현장의 이야기가 정책이 되는 그 날까지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고 대변하는 역할을 하겠습니다. 지켜봐주세요!

 


[진행자에게 묻고 싶은 사항 또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적어 주세요 - 추천인 포함]


백 : <사회복지 100인의 인터뷰>는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복지를 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줍니다


비단 실무자들끼리에서만 회람되는 것이 아닌 정책의 맥락을 바꿀 수 있는 하나의 '축'으로서 이곳 저곳에 많은 목소리를 내주세요. 정말 감사합니다

 


* <사회복지 100인의 인터뷰>는 우리 이웃들의 '사회복지'에 대한 자유로운 생각을 듣고자 진행하는 개인 공익 프로젝트입니다. 인터뷰에 참여하실 경우 본인 명의로 천 원이 적립되어 연말, 공익 및 사회복지기관을 선정하여 전액 기부 할 예정입니다. 또 참여자에 한 해 소책자로 제작되어 비배포하에 제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