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 Right Now/예비 사회복지사의 눈

대학교 1학년, 한 실버센터에서의 직장체험 연수활동(1차 수정)

SocialWelfare StoryTeller 조형준 2012. 2. 27.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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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이 솔솔 부는 2008년 4월, 새내기 시절 학교 근처 한 실버센터에서 친구의 소개로

직장체험 연수활동을 했던 적이 있었다. 내게 있어 남을 배려하는 마음과 어떠한 사회복지를 펼쳐나갈 것인지 다시금 일깨워준 소중한 경험이라 함께 나누고자한다.

 

일반적으로 실버센터 내에는 중증의 치매 또는 노환 등으로 입주하고 계신 어르신들이 

다.

하지만 점점 늘어나는 어르신들을 담당할 일손은 많이 부족한 상황이었고 실버센터  

또는 노인복지관이 우리 주변에 있다는 것도 연수활동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당시 학부생으로서 입문과목인‘사회복지개론’조차 배우지 않았던 때라 사회복지에 대한 개념조차 명확하지 않았던 나. 그랬기에 이를 가벼이 여겼던 태도 때문일까. 같이 근무하는 복지사로부터 얼마나 호되게 꾸중을 들었는지‥지금 돌이켜보면 그저 감사할 뿐이다.

 

하는 업무는 주로 말벗 및 생활보조(서류업무도 가끔). 수업이 끝나면 매일 밤 늦게 또는 주말 오후까지 일을 하고 가고는 했다. 그 중 내가 주로 맡았던 어르신 한 분이 계시는데 이 분은 워낙 치매증상이 심하고 돌발행동이 많아 요양보호사들조차 버거워하셨던 분이셨다. 


친할머니처럼 생각을 하고 대하려해도 쉽지가 않았다. 어르신들에 대한 편견 때문일까.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내 몸과 마음은 점점 지쳐만 갔다.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 지 연신

“밭 갈아야해”

라며 오늘도 허공에 모심기를 하시는 할머니였다.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의 보호자분이 오신다는 연락을 받고 휴게실에서 같이 이야기를 나누며 기다리고 있었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도착하신 할아버지. 그리고 준비해온 과일과 음료수를 탁자위에 올려놓으며 흐뭇한 표정으로 할머니를 바라보신다.


면회시간이 어느덧 끝나고 할머니를 다시 보호실로 데려다 드리러 휴게실에서 나오려던 찰나 할아버지가 조용히 나를 손짓으로 부르셨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큼지막한 과일 몇 덩이를 내 손에 쥐어주시는 게 아닌가. 당황한 나머지 괜찮다고 손 사레를 치는 내게 할아버지가 웃으면서 말씀하신 게 떠오른다.

 

"학생, 정말 고마워요. 원래 할마이가 저러지 않았다고. 학생이 옆에서 이야기해주고 신경 쓰니까 할마이 좋아하는 거 봤잖아요. 고생 많을 텐데 이거 먹고 힘내요. 다음에 또 봐요."

 

어린 마음에 얼마나 그 말이 감사하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그때부터 할머니에 대한 나의 편견은 눈 녹듯 사라졌고 연수기간이 끝날 때까지 성심껏 옆에서 보조해드렸다. 물론 담당 사회 복지사에게 혼나는 건 여전하였지만. 연수 기간이 얼마 안 남은 무렵, 할머니는 전보다 돌출행동도 줄어들었고 무엇보다 자주 웃으시게 되었다.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계시는지 모르지만 어르신 덕분에 내 입장이 아닌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복지 서비스를 실천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노인복지라는 분야를 떠나 나의‘사회복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든 꾸준한 소통,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정성을 보여주고 또 담아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