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스토리텔러 조형준이 만난 사람들/Re:Work Season 22(211~220회)

[사회복지 100인의 인터뷰 리워크 - 32화 / 이혜란(212)]

SocialWelfare StoryTeller 조형준 2023. 11. 3.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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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마지막 콘텐츠

   <서울시 공유복지플랫폼> Wish 164번째 현장 스케치, 지금 바로 소개합니다! 

 

 

[#  재충전을 위하여 수십년을 버틴 사회복지사]

 

사회복지 현장에서 십수년 간 근무하다 현재는 재충전을 위하여 휴식중인 사회복지사입니다. 

 

저는 흔히 어르신들이 말하는 예전의 '고아원' 즉, 아동복지시설 중 아동양육시설에서만 근무한 경험이 많습니다. 한 기관에서 근속을 했던 건 아니었고요. 인천과 경기, 부산 및 경남 등 에 소속된 몇 곳에서 사회복지사로 일을 하였습니다.

 

 

이 일을 하며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로 “어휴 내 자식 하나 키우기도 힘든데 그 많은 아이들을..정말 대단하세요.” 가 있는데요.

 

네, 정말 맞습니다. 적게는 5명에서 많게는 12명의 아이들을 24시간 혹은 72시간 동안 양육하는 일을 했었거든요. 물론 요즘은 3일 일하고 3일 휴무하는 게 근로기준법에 어긋나 되도록 시행하지 않는 추세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하다보니 대구 태생인 제가 주로 타 지역에서 일해 왔습니다. 부모님은 어찌 삶을 살고 계신지 미처 신경쓰지 못했네요. 하루하루 일 쳐내기 바쁜 상태가 되어있었습니다. 자연스레 번아웃이 왔고요. 그냥 쉬고 싶다는 생각 밖에 안 들었습니다.

 

막상 무조건 쉬려하니 마음이 편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요양보호사와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간호조무사 자격증은 정말 시간과의 싸움이었습니다. 1년동안 이론수업 반, 실습 반의 시간을 보냈으니까요. 실습지를 선택할 때 일부러 요양병원을 선택했습니다. 부모님이 나이 들어 가심을 생각하니 간호를 배워볼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는 게 가장 현명하다 싶어서요.

 

"끝이 있나?" 매일 했던 질문이었습니다. 그래도 실습을 지도해 주시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들을 너무 잘만난 덕분에 실습을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올해 5월이었을거예요.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손에 넣고 요양병원 취업을 위해 노력을 해 보았지만 쉽지 않더군요. 어찌나 경력자를 많이 구하시는지 저와 같은 초년생은 힘드네요. 현재는 병원쪽 일뿐 아니라 분야에 상관없이 사회복지분야에도 구직 준비 중에 있습니다.

 

 

[본인이 생각하는 사회복지(Social Welfare)란?]

* 해당부분은 본 프로젝트의 핵심이기 최대한 편집을 절제하고 원본에 충실함을 알려드립니다.

 

제가 중학생이 되던 때, 어머니가 후원하던 경북의 한 보육원에 저를 대리고 가신 적이 있습니다. 딱 제 또래의 여자아이였던 것으로 기억되고요.

 

지금 제 나이에 그 때의 상황을 다 잊어버려도 유일하게 기억하는 게 있는데요. 바로 "피자"입니다. 왜냐고요? 어머니는 그 친구와 저를 한 피자 프랜차이즈에 가서 피자를 사주셨었거든요. 피자를 처음 먹어본다며 환하게 그 친구가 웃자 어머니가 많이 먹으라며 친구의 등을 두드려주셨습니다.

 

이후로 저는 장애인 시설 등에 주말을 이용하여 자원봉사를 꾸준히 나갔습니다. 대학도 사회복지학과에 진학, 졸업 후 첫 직장도 아동양육시설에 하게 되었던 거고요. 어찌보면 어머니가 제 현장경험을 첫 번째로 해주신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저는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00학번으로 입학하였습니다. 첫 입학날 첫 모임때 지금의 베스트프랜드를 만나게 된거고요. 둥들게 모여 앉은 자리에 이 친구는 딱 제 옆자리였구요. 비가 온 뒤긴 하지만 약간 젖은 잔디에 가방을 놓기 싫었던 저는 두 다리가 없이 잔디바닥에 앉아있는 친구 옆의 휠체어에 가방을 올려 주고 싶다는 흑심을 품었습니다. ㅎㅎ

 

혹시 지난번 인터뷰 기억나세요?

 

"2023.11.03 - [사회복지 스토리텔러 조형준이 만난 사람들/Re:Work Season 22(211~220회)] - [사회복지 100인의 인터뷰 리워크 - 31화 / 이미혜(211)]"

 

“미안한데 내 가방 좀 올려둬도 될까?”의 주인공, 바로 접니다. 수줍은 제 질문에 그 친구(이미혜님)는 흔쾌희 응해주었고 이것이 인연이 되었습니다. 이후 학교 수업은 뒤로한 채 저희는 이런저런 수다를 떨며 치맥을 주로하는 대학생활을 보냈습니다.

 

함께 기숙사 생활을 하며 사소한 일로 다투기도 했지만, 졸업 후 각자의 직장에서도 서로의 상사 욕을 하며 사이는 더 돈독해 질 수 있었습니다. 제가 경남에서 근무 중일때, 제주도로 2박3일 출장을 가야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 친구 본가가 부산이어서 친구 어머님이 하루 밤 재워주시고 공항가는 날 배웅까지 해 주셨습니다.

 

 

공항 가는 길에 어머님이 제게 말씀하셨어요. “혜란아 고맙다. 덕분에 우리 미혜가 대학생활을 잘 마쳤어. 내가 쟤를 초등학교 때만 해도 눈이오나 비가오나 매일 업고 그래 학교 댕깄는데. 중학교때 부터는 일반학교 못 보내고 특수학교 보낸게 못내 맘에 걸렸었거든. 근데 대학이랑 사회생활 잘 해내는 걸 보니 니한테 너무고맙다.” 라면서요. 어찌나 울컥하던지요. 지금도 명절이면 서로의 부모님께 안부전화 정도는 합니다. 특히 결혼한 이 친구가 신랑과 싸워 맘이 울적할 때면 제게 전화를 해 같이 신랑 흠을 봐주며 큰 위로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일을 하면서 습관화 된 것이 하나 있다면 바로 네이버 국어사전 검색이 일상이 되어 버렸다는 것입니다. 단어 선택이나 정의를 알기 위한 가장 편했던 방법이었는데요. 네이버 국어사전에 ‘사회복지’는 이렇게 나옵니다.

 

「국민의 생활 향상과 사회 보장을 위한 사회 정책과 시설을 통틀어 이르는 말.」

 

제가 생각하는 사회복지도 같은 맥락입니다. 모든 국민에게 각자에게 필요로 해당되는 정책이 서비스로 전달되는 것이 아닐까 해요. 근데 사실 이건 현실로 와닫지 않는 이론적인 이야기 아닌가요?

 

정말로 제가 생각하는 진짜 사회복지는 본인이, 자신이 1번으로 행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제 신념이기도 합다. 풀어서 설명하면, “내가 행복하지 않으면 절대 상대방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없다. 내가 힘들고 지치면 남에게 배불 여유가 생기지 않는다.”예요.

 

흔히 생각하는 '사회복지 = 봉사 = 희생'과 조금 다를 수 있을 겁니다. 근무 중에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 또 하나가 있다면 “아, 저 보육원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에요."“어머 그러세요. 좋은 일 하시네요. 봉사하시는 삶이에요.” 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오로지 봉사 때문에 제 일을 선택한 게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을 키우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뿌듯함이 첫 번째였던 것은 맞아요. 그리고 매월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급여가 두 번째 이유였습니다. 월급으로 제가 사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친구들을 만나는 여유, 부모님께 드리는 용돈 등 여러 가지가 충족이 되었기 때문에 제가 일을 계속적으로 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제 행복이 채워졌기 때문에 수십시간 교대근무에도, 남들이 생각하는 '봉사'라는 일도 해 나가갈 수 있었습니다.

 

과연 제 행복이 채워지지 않았다면 십수년 동안 사회복지를 할 수 있었을까에 대해 묻는다면 저는 "아니요" 입니다.


 

[인터뷰를 보는 독자들에게 한 마디]

 

저는 89회의 헌혈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장기기증자(뇌사 시 장기기중)이며 연명 치료 거부자(안락사 희망)입니다.

 

물론 제가 현생에서의 삶을 의미 없어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누구보다 친구들과 어울려 술 한잔 하는 것이 인생의 큰 낙인 사람이거든요. 그렇지만 신이 이제 너를 대려가야 겠다 하는 시점이 왔을 때. 그나마 제 육신을 필요로 하는 분이 있다면 주는 것이 맞다는게 제 인생의 마지막 사회복지사로서의 실천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이제 겨우 40대 초반입니다. 앞으로 현장에서 사회복지사로써의 업무를 해 나가야되는 시간도 20년이나 남아있어요. 거기에 제 인생은 그보다 20년이 더 남아있고요. 제가 어디에서 어떤 분과 일을 해나갈지 또 어떤 재미있는 인생을 보내게 될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번 인터뷰를 계기로 또다른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또 사회복지사로서의 도움도 받고 싶습니다. 지금 휴식 중인 저에게 큰 응원과 힘을 주십시오. 이혜란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