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스토리텔러 조형준이 만난 사람들/Re:Work Season 22(211~220회)

[사회복지 100인의 인터뷰 리워크 - 33화 / 유현진(213)]

SocialWelfare StoryTeller 조형준 2024. 4. 22.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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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4월의 봄날, 이 분의 소식을 전할 수 있게 되어 개인적으로 뿌듯함이 큰데요.

다섯 아이들의 아빠이자 주거 사회복지사로서 열심히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그.

 

33번째 주인공을 지금 바로 소개합니다! 

 

 

[#  송파와 광주를 오가는 청년 사회복지사]

안녕하세요. 송파와 광주를 오가는 86년생 사회복지사 유현진입니다. 거리도 먼데 오가는 이유가 궁금하시다고요?

 

제가 소속이 두 군데거든요. 한 곳은 서울시 주거안심종합센터 주거상담소에서 SH와 LH 공공임대주택 주거상향사업 및 입주지원을 맡고 있고요. 다른 한 곳에서는 미혼이지만 다섯 아이의 아빠이자 미출생 또는 느린학습자 친구들을 돕고자 만든 비영리단체 '씨앗틔움 공동체(이하 씨앗틔움)' 에서 퇴근 후 무급형태의 비상근직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경력으로 따지면 벌써 10년이 넘었네요.

*클릭하면 공식 사이트로 이동합니다.

 

초등학교 2학년때부터 꿈이 고아원 원장이었어요.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까지 시골, 그것도 집성촌에서 살았었고요.

 

어느 날 박씨성을 가진 이웃이 이곳에 이주하러 옵니다. 할머니랑 며느리, 아이 셋으로 보였고요. 동네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한 채 떠돌고 있으니까 저희 할머니께서 그 아이들을 불러 같이 놀게 해주셨습니다. 때 되면 밥도 같이 먹었고요.

 

무의식적으로 '이게 고아원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막연하게 '나도 이런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면서요. 그렇다고 사회복지사라는 꿈을 갖고 있진 않습니다. 집안 형편이 많이 어려워 자영업자가 되는게 목표였었고 실제로 사업가가 됩니다. 정확히는 대학교에 들어가 쇼핑몰을 차린 것인데요. 장사가 잘 됐습니다.

 

 

순풍만을 타던 제 사업이 동업자인 친구가 돈을 들고 도망가게 되면서 난관에 부딪히게 됩니다. 그때부터 안 해봤던 게 없었던 것 같아요. 과외며 글쓰기며 김밥집이나 새벽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 닥치는 대로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하루 취침시간이 평균 2시간 남짓이었습니다. 유일하게 제가 잠을 잘 수 있는 시간은 대학교 등하교 시간, 버스 안이 전부였고요. 아마 일에 몰두함으로 스트레스를 푸려 했던 것 같아요. 이때 배신당한 경험은 제게 '선의를 베풀어도 돌아오지 않는다'라는 부정적 마음을 갖게 해주었습니다.

 

여느때처럼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이었습니다. 가끔 손님으로 오는 한 폐지 줍는 할아버지가 계셨습니다. 조금씩 안면을 트기 시작하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게 되다보니 사이가 가까워졌죠. 한번은 한글을 모르시는 할아버지께 한글을 알려드린 적이 있었습니다. 할아버지가 너무 감사하다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는 뿌듯함을 느꼈었답니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아르바이트생이랑 교대하기 직전, 할아버지가 편의점에 오셨습니다. 그리고는 마지막 인사라며 제게 편지 한 통을 주셨습니다. 할아버지가 떠나시고 인수인계 마무리 후 봉투를 열어보니, 안에는 편지지와 5천만 원짜리 수표가 있었습니다. 내용은 이러했습니다. 곧 요양병원에 가게 되는데 다음에 기억하지 못할 것 같아 이렇게 편지를 남긴다면서요. 그동안 따뜻하게 대해주어 고맙다는 말을 끝맺음으로 폐지 줍는 할아버지와의 만남은 끝나게 됩니다.  


문득 스치듯 떠오르는 기억들이 제게 이렇게 되물었습니다. '그동안 감사한 일을 누군가에게 이야기 해 본적이 있나'라면서요. 약간의 죄의식과 함께 마음을 다잡고 사회복지학으로 편입,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공부를 해보니 제가 원하는 이상향에 가까워지더라고요. 어렸을 때 막연하게 생각했었던 고아원 원장의 역할은 사회복지사 그 자체임을 깨달았습니다. 그때 이후로 지금까지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을 갖고 살아가며 나한테도, 누구에게도 좋은 사람이 되겠다는 일념 하나로 살고 있습니다.

 

[본인이 생각하는 사회복지(Social Welfare)란?]

* 해당부분은 본 프로젝트의 핵심이기 최대한 편집을 절제하고 원본에 충실함을 알려드립니다.

 

'나를 사랑하는 것, 그래야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다'

'나에게 관심을 가져야 다른 사람에게도 관심을 가진다'

 

제게는 삶의 원동력이자 에너지가 앞서 언급한 죄의식 외 위 문구처럼 관심과 사랑이라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관련하여 에피소드 하나가 떠오릅니다.

 

2016년으로 기억해요. 물려받은 전임자의 휴대폰에 과거에 함께했던 한 친구에게서 연락이 옵니다. 그 당시 어떤 일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목소리를 들어보니 많이 힘들어 하더군요. 후에 장기매매 피해자로 싸늘한 주검이 된 이 친구, 당시의 적나라한 현장을 두 눈으로 봤었습니다. 출생신고가 안되어있던 친구였기에 처벌이나 조사자체가 안 되더군요.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다른 미출생신고 친구들이 원치않는 피해를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 정말 많이 들었습니다. 

 

그 친구와 통화하며 잠시 망설였던 5분에서 10분, 우리에게는 단순한 고민의 시간일 수 있겠죠. 그러나 사각지대에 놓인 당사자에게는 생명과 직결되는, 중요하면서도 의미있는 시간입니다. 특히 미출생신고 아동 및 청소년들의 경우 장기밀매를 비롯한 성매매, 마약 등 범죄의 도구로 쉽게 이용됩니다.

 

이를 개선하려면 제도권에서 현장 종사자를 비롯한 우리 사회 전체가 관심을 갖고 움직이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라 봅니다. 관심만이라도 기울인다면 어느정도 도움을 주거나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을 수 있겠죠. 또 어떻게 접근하고 지원할 것인지를 객관적으로 판단해본다면 방법 또한 보일거라 믿고요. 설사 방법이 보이지 않더라도 비슷한 문제인식을 갖고 이를 공론화한다면 건강한 미래가 도출되지 않을까요?

 

[인터뷰를 보는 독자들에게 한 마디]

 

저는 제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사람이라 말하고 싶어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이 뭘까라고 고민하다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을 갖게 된 케이스라 보면 되겠습니다.

 

<씨앗틔움>을 통하여 만난 한 경계선 지능인분이 있습니다. 수급자이고 당시 아버지에게 맞아서 치아만 13개를 치료하는 등 당시 지출된 의료비만 약 6천만 원일 정도로 가정내 폭력을 지속적으로 당하던 분이었습니다. 저와 몇 년간 교류하며 첫 만남과 달리 사람들과 소통하며 회복 중에 있습니다. 사회성도 많이 높아졌고요. 또다른 친구는 자폐 스펙트럼인데 제가 너무 힘들어할 때 묵묵히 등을 두들기며 울지 말라며 "위로" 아닌 위로를 받습니다. 

 

 

인터뷰를 보는 독자 여러분들은 직업을 사회복지사로 선택하든 선택하지 않았든 본인 스스로를 사랑하시길 바랍니다. 주변에 관심도 가지면서요. 그리고 같이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햇빛이나 물이 부족한지 그것도 아니면 바람이 필요한 지를요. 함께 씨앗을 틔우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