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솔직담백 리뷰>, 문학청년입니다.
기사하면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말을 타고 멋지게 공주를 구출해내는 영웅적인 면모?
뒤마의 고전 '삼총사'처럼 세 개의 칼을 맞대고 맹세하는 의리적인 면모?
현대사회에서는 택시, 버스로 대변되는 <교통수단> 또는 <이동수단>과 연관되어 표현들하지요. 오늘 소개드릴 책 "나는 그냥 버스기사입니다(허혁, 수오서재)" 는 전주시내를 무대로 버스에 탑승한 군상들을 본인만의 관점으로 표현함이 특징입니다.
삶의 노선도를 따라 펼쳐지는 버스투어, 함께 떠나보실까요?
* 위 서평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나눔]도서보급사업 향유 활성화를 위한
'문학 더 나눔' 붘어 1기 서평단 활동의 일환으로 작성했습니다.
''버스기사의 글을 읽으려 하는 당신에게"
'나의 경우는 오전에는 선진국 버스기사였다가 오후에는 개발도상국
저녁에는 후진국 기사가 된다."
(p.23)
처음에는 익살스럽게 다가왔었습니다.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 그리고 후진국이라니. 자조섞인 멘트에 한참을 곱씹어봅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버스기사인 작가의 애환과 고충이 절로 느껴졌거든요.
버스에 탑승한 승객들의 모습을 관찰하며 '미담'만 강조하지 않습니다. 짜증스러움과 구수한 욕, 분노 등. 표현들이 꽤 거칩니다. 그래서인지 한편으로는 솔직하여 더 와닿은 듯 하고요.
버스기사로서의 모습, 한 가정의 아버지로서의 모습. 그리고 부분적으로 언급되지만 과거 어린시절의 트라우마로 힘들어하는 '내면의 나'의 모습 등. 자서전같이 느껴지는건 읽으신 분들은 아마 공감되시리라 생각됩니다. 땀내가 묻어나온다는 표현이 더 맞을까요?
* 출처 : KBS2 다큐 3일 "당신이 잠든 사이-올빼미버스 72시간"
첫번째 정독에서 받은 느낌은 위 다큐랑 비슷했습니다. 구성이나 지역, 풀어내는 이야기들은 조금 다를지라도 "사람"이라는 공통 키워드와 간접적으로 언급되는 버스기사들의 노고는 많이 닮아있다고 보거든요.
그리고 재미있게도 두 번째 정독에서야 이 책이 말하고자하는 또 다른 의미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나는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적폐속도는 효율이 우선인 속도이고 공정속도는 사람이 우선인 속도이다.
요약하면 적폐는 쟁(爭)이고 공정인 인(仁)이다.
(p.116)
가슴이 따뜻하다못해 미어지는 작은 에피소드들이 있습니다.
관광버스를 몰았었을 때 탑승객들이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주며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준 일
지독한 외로움을 달래고자 또는 특정한 목적지 없이 탑승한 승객들을 말없이 품어준 일
풍을 맞은 저자의 어머니가 제일 서러웠었던 게 버스에서 내리면서 닫히는 문에 등을 맞는 일이라며
승객들에 대한 배려와 따뜻한 마음씨를 잊지 않으려는 모습 등
물론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고 안하무인 격으로 저자를 대하는 일부 승객들에게는 거침없이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합니다.
* 출처 : 네이버 영화 포스터 "택시운전사"
근데 저자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왜 버스기사가 운전원이면서 동시에 승무원이고 또 청소원이 되었는지를 사회구조적인 측면에서 바라보거든요.
버스기사들의 처우개선뿐 아니라 버스를 이용하는 지체 장애인들의 이동권 보장이라던지 사회적 약자들의 입장도 대변해서 말입니다. 저자는 극기복례라는 사자성어로 이 책이 지향하는 가치를 표현하죠.
'당신과 나는 다르지 않아. 당신이 행복해지면 좋겠는것처럼 당신도 나를 보며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도록 대해줘'. 그 외침을 듣고나서야 책장을 드디어 덮을 수 있었습니다.
'이름모를 그대에게'
* 2018년 끝자락, 홀로 여행을 떠나기 전
작년 연말, 전주는 아니지만 여수로 2박 3일 홀로 여행을 떠났었습니다. 퇴사 후 받은 스트레스를 풀고 재충전 하고자 별다른 계획없이 무작정 버스표를 끊고 내려갔죠.
검색해본 것과는 달리 시내버스가 많이 다니지는 않더라고요. 주로 택시를 탔었는데 초행길이라 길도 모르는 저를 친절하게 대해주며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대해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몇 번 타보지는 못했지만 시내버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덜컹거리는 차체안에서 조금씩 들려오는 말소리. 차창 너머 휙휙 지나가는 풍경처럼 금방 내리고 타는 승객들. 정면만을 응시하는 기사님의 주름진 표정에서 그간의 세월을 느끼게 해줍니다.
마지막에 저자가 표현했듯 저도 그럴걸 그럤나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손이라도 곡 잡아줬어야 했다"고요.
오늘도 안 보이는 곳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하고 계실 이름모를 그대에게 이 서평을 바치면서.
#문학나눔 #책의입장 #붘어 #나는그냥버스기사입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 20~30대 여행객 및 버스기사들에게 추천 - #전주 #시내버스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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