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스토리텔러 조형준이 만난 사람들] 104. 성윤채

2016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클릭!) 말미에 발달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를 해보고 싶다고 밝혔었어요. 장애인 복지 현장에서 일을 했었기 때문도 아니요, 3년여 동안 만나면서 그들의 이타심과 강점을 사회에 들려주고 싶었거든요.

2년이 걸렸습니다. 저랑 동갑내기인, 종종 연락하는 친구이기도 합니다. 내년 초에는 이 친구가 속해있는 자폐성 장애인 자조모임 <estas> 인터뷰도 업로드 할 예정입니다. 이 친구의 진솔한 스토리를 보시면서 응원과 공감 부탁드려요!

<사회복지 100인의 인터뷰> 104번째 주인공 '성윤채(롯데 하이마트 사원)'씨입니다.

[평범하지는 않지만 열심히 살기 위해 노력하는]

롯데 하이마트(범어네거리지점)사원이자 작년 9월부터 자폐성 장애인 자조모임 <estas> 총무를 맡고 있는 청년입니다.

믿어지지 않으시겠지만 사실 저는 자폐성 장애(고기능) 3급입니다. 어렸을 때 또래에 비해 말을 늦게 한 편이었어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병원에서 자폐증 진단을 받았죠. 

* 여동생과 함께 찍은 사진(오른쪽)

1991~92년, 당시만 하더라도 자폐성장애가 정신지체장애 유형에 들어가다 보니 부정적인 인식이 많았었습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하 장차법)이 시행된 직후인 2008년 7월에 가서야 자폐성장애 3급 판정을 받았을 정도니까요.

자폐를 가진 다른 친구들에 비해 제가 평범하지 않은 이유를 하나 꼽자면 대구·경북지역의 롯데하이마트 매장에서 자폐성 장애인이 (영업)사원으로 된 첫 사례였기 때문입니다. 실제 자폐성 장애인이 영업직으로 일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거든요.

인터뷰에 참여한 이유는 우리 사회에 자폐성장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이 안타까웠기 때문입니다. 저를 통하여 자폐성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었으면하는 간절함도 있었고요.

장기적으로 계획하고 있는 일은 창업입니다. 평소 모델하우스 구경하는 것과 요리를 좋아하거든요. 때가 되면 외식업 또는 주거사업으로 창업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추후 사업체를 운영하게 되면 장애인고용률 50%, 100% 임금을 보장, 지급하는 게 목표입니다.

[본인이 생각하는 사회복지(Social Welfare)란?]

* 해당 부분은 본 프로젝트의 핵심이기에 최대한 편집을 절제하고 원본에 충실함을 알려드립니다.

일반적인 개념에서의 사회복지는 국민의 생활 안정 및 교육·직업·의료 등의 보장을 포함한다고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사회복지는 일반적인 사회복지도 중요하지만 여기에 장애인의 사회참여 및 의견 개진 또한 지금보다 더욱 활발해진 사회라고 봅니다. 비장애인뿐만 아니라 장애인도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말이죠. 

헌법 제10조에서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고 행복추구권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34조에서는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여 복지국가의 실현을 위한 국가의 의무를 선언하고 있고요.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할 때가 많음을 느낍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된 지 10년도 넘었지만 아직도 장애인의 참정권에 대한 목소리가 계속 나오는걸 보면요. 장애인들의 요구사항이 묵살되거나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많거든요. 일부를 제외하면 최저임금 혹은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하는 일자리가 여전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도 개선되어야 함은 분명하고요.

[사회복지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다면?]

6년 전 대학 졸업반 시기였습니다. 당시 구직활동을 활발하게는 했으나 기업의 장애인 고용률이 낮은 부분과 자폐성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족함을 체감하여 된서리를 맞았었죠.

그러다 2013년 1월, 대구의 한 중소기업에서 정규직 전환형 인턴으로 일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생각보다 직장에서 장애인의 적합 직무를 발견한다는 것에 대한 어려움과 편견으로 끝내 정규직 전환은 물거품이 되었고요. 

2015년, 문경시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장애인행정도우미를 하던 중 사회복지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근무하면서 장애인 당사자를 만날 기회도 많았었고요, 이때 인연이 되었던 사람들도 함께요. 그해 5월 중순에는 자폐성 장애인 자조모임 <estas> 멤버(에이블뉴스 칼럼니스트 동갑내기 장지용 친구 등)들을 알게되었고 그해 12월 크리스마스 때는 사회운동가 이진섭·이균도 부자를 부산에서 만나기도 헀었답니다.

문재인 대통령께서 나라다운 나라를 이야기하셨지요. 나라다운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장애인 복지와 삶의 질 향상뿐만 아니라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반드시 바꿔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폐성 장애인의 경우 다른 장애 유형보다 취업률도 낮고 어렵게 일자리를 구했다 하더라도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지난 20년 사이 고등교육을 받은 자폐성 장애인(대구대 K-PACE 센터 등)뿐 아니라 자폐성 장애인이 사회구성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데 말이죠.

인식은 바뀌어가고 있다지만 자폐성 장애인이 설 자리가 아직은 좁다는 점도 개선해나가야 할 부분입니다. 국내 장애계가 하나된 목소리로 장애계 이슈에 적극 반응하고 대처해야 할 필요가 있겠고요. 그러면 훗날 사회복지(노동) 관련 정책에 긍정적인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요? 

[인터뷰를 보는 독자들에게 한 마디]

제가 바라는 복지상은 여덟 가지입니다.

1) 모든 장애인 근로자가 적어도 최저생계비 이상을 받으면서 일과 삶의 보람도 함께 느낄 수 있었으면 

2) 중산층이 많아져야 우리 경제에 더욱 보탬이 된다고 생각하는데요. 비장애인뿐만 아니라 장애인 근로자도 중산층으로 진입하여 더욱 안심하고 살 수 있었으면 

3) 지역마다 장애인 근로자가 원하는 일자리들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지역 간 장애인 일자리 편차를 줄여 불편함이 없었으면

4) 다수의 장애인 근로자가 자립하는 것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들의 경제적 자립과 윤택한 삶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보탬이 되는 창업의 길이 열려졌으면 

5) 선거철마다 각 정당에서 내세우는 장애인 대상 공약이 부실하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할뿐더러 투표 접근성 등을 고려하여 이들이 참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정책 및 제도가 더 생겨났으면 

6) 장애인 가족들이 안심할 수 있는 복지 및 사회제도가 발전하여 노후에도 걱정 없이 지낼 수 있었으면

7) 중범죄를 저지른 장애인을 제외한 장애인의 인권이 증진되어 장애인이 행복하고 안심하게 살 수 있는 복지국가가 되었으면 

8) 장애인을 둘러싼 의식주 등의 환경이 개선되어 지금보다도 쾌적한 생활을 할 수 있었으면 

2016년 8월, 자폐성 장애인 최초 박사 학위자가 나왔고 9급 공무원으로 임용된 소식도 있었습니다. 2018년 하반기에는 ‘장애청년드림팀 6대륙에 도전하다’ 최초로 자폐성 장애인으로 주로 구성된 팀(estas)이 영국 연수를 떠나기도 했지요. 

저는 모험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업사원으로 있는 저와 같은 사례가 매우 드물기도 하지만 일하면서 판매 기술이 부족하다고 느끼거나 상담 등 때로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그러나 지금하고 있는 일이 후에 창업을 위한 좋은 경험이 될 것으로 생각하기에 더욱 최선을 다할겁니다.

 

[진행자에게 묻고 싶은 사항 또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적어 주세요 - 추천인 포함]

성 : 인터뷰어인 제 친구 형준이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자폐성 장애인이 당당한 사회인이 되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소망합니다.

- 추천인 : 자폐성 장애인 최초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김진영 

            자폐성 장애인 자조모임 'Estas' 이원무 조정자  

* <사회복지 100인의 인터뷰>는 우리 이웃들의 '사회복지'에 대한 자유로운 생각을 듣고자 진행하는 개인 공익 프로젝트입니다. 인터뷰에 참여하실 경우 본인 명의로 천 원이 적립되어 연말, 공익 및 사회복지기관을 선정하여 전액 기부 할 예정입니다. 또 참여자에 한 해 소책자로 제작되어 비배포하에 제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