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회복지사다/[현장스케치]공유복지플랫폼 Wish

[탐방] 2021년 3월, 생애 처음으로 유서를 써보다

SocialWelfare StoryTeller 조형준 2021. 3. 29.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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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월의 마지막 컨텐츠입니다.

계속 마음은 먹고 있었으나 실제로 써 본것은 처음이었는데요.

 

어떤 걸 써봤냐고요?  바로 '유서'입니다.

<유산기부자>그리고 레거시 디자이너에 대한 그녀의 이야기

<서울시 공유복지플랫폼> Wish 예순 일곱 번째 현장 스케치는 여깁니다.

 

* 본 교육을 주최한 <꿈과나눔> 박단비 사무국장님과 황신애 작가님의 사전동의를 받아 게재함을 알립니다.

 

 

[올해도 멈추지 않는 꿈과 나눔]

 

"위이이잉~"하고 울리는 진동. 문자를 확인하는 순간 '놓치지 말아야지'라며 신청합니다. 금방 마감되는 바람에 대기등록으로 아쉬움을 달래던 때, 다행히 자리가 비어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강의길래 이렇게 애간장 태우냐고요? 

 

살면서 한번 이상은 생각해본 '유서'. 그러나 막상 적으려하면 쉽게 끄적이지 못할 때가 잦았습니다. 그러던 중 제 삶에 무언가 자극을 주고싶은 마음에 발걸음하게 되었습니다(사단법인 <꿈과 나눔>이 어떤 곳인지 궁금하다면 사진 또는 링크 클릭하세요)

 

그 전에 오늘 강의를 맡은 황신애 작가님에 대한 소개를 빼 먹을 순 없겠죠. 

 

* 출처 : EBS Story 블로그

 

황신애 작가님은 국내 1호 고액 모금 전문가이면서 레거시 디자이너라 불리웁니다. 검색만해도 다양한 이력과 활동들이 소개되지만 직접 만나보며 느낀 작가님의 또 다른 이력은 '가치있게 정리하는 법을 아는 사람'이라 평하고 싶습니다.  그만큼 그녀가 꾸준히 해온 행보는 결코 가볍지도, 의미없지도 않음을 강의와 책 등을 접하며 알 수 있었습니다.

 

온/오프믹스 형태로 진행된 본 교육에 10명이 넘는 사회복지사들이 자리하였습니다. 작가님의 강연과 실제 유서를 써보는 워크샵 형태의 체험활동으로 구성되었고요. 지금부터 하나씩 가슴 먹먹했던 그 현장 속으로 들어가보겠습니다.

 

 

[왜 유서를 쓸까?]

 

작가님도 마찬가지셨습니다. 소중한 이를 떠나보내며 겪은 사례들, 그 사레를 반추삼아 나의 삶은 어떤지를 돌아보게 되었다고요. 이제는 '나'뿐만 아니라 타인에게까지 함께 삶을 돌아보며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는 점에서 유서는 효과적이자 훌륭한 전달수단이었을겁니다.

 

레거시 디자이너, 수 많은 활동을 해왔고 PB(Personal Brand)에 있어선 어느정도 이해가 있다 자부한 저도 처음 들어봤습니다. 1시간 반정도 되는 강의시간에 모든 이야기를 듣을 순 없었지만 그래도 추구하는 가치와 목적은 확실히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금액이 아닌, 닥쳐올 '위험'과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를 담보로 지역에 또 다른 '희망'의 꽃을 피우려는 것을요.

 

* 현장에서 책과 강의를 동시에 들으니 그녀가 전하고자하는 메세지가 더욱 와닿았다

 

 

[서른 셋, 생애 처음으로 유서를 써보다] 

 

작가님의 강의가 끝난 후 30~40분 정도 유서를 써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사전에 준비된 3장짜리의 유서양식을 갖고 작성할 수 있는 부분까지 자유롭게 작성했죠. 잠자던 뇌를 깨우는(?) 질문들이 상당했는데 그 중 제 펜을 멈칫하게 만든 문항이 있었습니다.

 

'내가 말기암에 걸린 것을 알게 된다면'

'내가 만약 치매가 걸리게 되면'

 

사람 일이란 건 알 수 없지만 이런 생각들을 나의 경우 자주 했었기에 놀란 것도 있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사랑하는 가족을 암으로 떠나 보냈던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제가 어렸을 때요.

 

순간 예전에 감명깊에 읽은 책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이 생각납니다.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평소와 다름없던 일상을 보내던 모리교수는 병원에서 시한부 판정을 받은 뒤 주차장으로 향합니다. 차에 타면서 분노와 억울함, 통한의 감정을 쏟아 부었죠. 저명하면서도 고고한 학자에게도 '죽음'이라는 친구는 가까이 하고 싶지 않았나 봅니다.

 

빈 칸 없이 세 장 모두 제 시간에 작성을 완료했습니다. 그리고 참여자별 한 명씩 자신이 쓴 유서를 공유하는 식으로 소감나눔을 대신하였습니다. 참여한 이들 모두 나름대로의 사연이 있었습니다. 잊을 수 없는 상실의 아픔부터 시작하여 겪어보지 못했지만 곁에 존재한다는 것이 얼마나 값진 선물인지를 느끼게 된 점 등. 

제 차례가 왔습니다. 떨리는 마음 부여잡고 나직이 소감 겸 유서를 읽어 내려갔는데요. 마지막 장의 '묘비명을 뭘로 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시간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죽어서도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라니. 그러나 마음은 너무나도 편했습니다.

 

 

[삶을 돌아본다는 것]

 

제가 발딛고 서 있는 복지현장에는 무수히 많은 이웃들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삶의 이야기, 목소리는 단편적으로 들을 수 밖에 없는 실정이고요. 다 헤아린다거나 이해한다는 말은 함부로 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있는 그대로 듣고 존중하며 공감하려합니다. 특히 성인 장애인 대상 문화여가 사업을 맡으면서는 그들의 건강, 안부, 관심사 등에 더욱 신경을 쓰는 편입니다.

 

묻고 싶은 마음은 있습니다. 필담을 나누든 구두로 하든 현재의 삶을 돌아보면 어땠었냐고요. 그리고 마지막이 찾아왔을 때 어떤 감정과 기분이 들지 기회가 된다면 나누고픈 욕심도 듭니다. 굳이 '웰다잉'의 관점에서 바라보지 않아도요. 고맙고 행복하다는 말은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으니까요. 후회없는 삶을 살았다고 느끼는 그 날을 언젠간 맞이하겠죠?